자부심 유감 - 김남천
[시시(詩時)]한 인생자부심 유감
김남천
지금과 같은 시대에 있어서 자기의 하는 문화 사업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
지는 것은 필용한 일일 것이다. 문화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에 대하여 충분한
대접과 보수를 약속할 줄 모르는 옹졸스러운 실리
사회에 살면서, 진리의
유지와 보육(保育)을 위하여 힘쓰는 이들이 자기의 하는
일에 자신과 자부
심을 갖는다는 것은 절대로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과 자부심이 모든 세속적
간난(艱難)을 극복하여 진리에
의 순수한 사색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데 필용한
불요불굴의 정신으로 발
현됨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도를 넘어 공연한
독선주의를 낳음에 이른다면
그것은 실로 유감된 결과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에 독선주의가 학문이나 문화의 전문 분화의
극단화에 결과로서 제분
야 간의 무교섭, 학문과 생활과의 유리를 낳는
정도라면, 문화의 종합적 연
구에 따라서 시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나 이것이
그대로 발호(跋扈)
하여 하나의 관념적 사디즘의 경우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고칠 수 없는 고질
로 화(化)하여 버릴 것이다. 자기의 하는 일이
전(全)문화 체계 위에서 어
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반성치 아니하고 자기의
분야와 관념만을
독존적으로 자부하여 타인의 지식, 타인의 업적,
타인의 작품을 정당히 받
아들일 심리적 여유를 가진 이라야 자기의 작품을
사랑할 줄 아는 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이 상부(相副)치 않는
추상적 사디즘은 자기의 지
식과 관념까지를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마조히스트의
자조와 다를 것이 없
을 것이다. 학문과 예술의 길이 항항 자기 긍정과
자기 비판의 균현된 정신
을 요구함은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 1939년 6월
25일,‘호초담(胡椒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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